웹2.0 이후 시대를 준비하라
- 김중태(IT컬럼니스트, www.dal.kr)
김중태컬럼(http://www.dal.kr/col/) [갈래: magazine] 2007년 06월 19일 이 글 주소: http://www.dal.kr/col/magazine/20070619_economist892.html
중앙일보. 이코노미스트 892호. 2007.06.19.
웹2.0이라는 말을 만들어내고 유행시킨 웹2.0 컨퍼런스의 2006년 'Web2.0 Summit'을 보면 Conference Overview(http://www.web2con.com/pub/w/49/overview.html) 목록 첫 줄에 'Defining Web 3.0: What's Next?'라는 문장을 걸어두었다. 웹2.0도 아직 명확하게 개념을 잡지 못한 상태에서 웹3.0을 말하는 것은 너무 앞서가는 행동이지만, 끊임 없이 다음(next) 시대의 웹을 미리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웹2.0은 많은 기업의 판도를 바꾸고 오프라인 산업을 재편하고 있다. 웹2.0의 표준기업이라고 부르는 구글의 경우 2004년 8월에 상장되었는데, 상장 1년만에 미국 내 20대 기업에 든 최초의 기업, 상장 1년만에 시가총액 천억 달러(약 100조원)를 달성한 최초의 기업, 상장 1년만에 인터넷기업 1위 등의 놀라운 기록으로 이전의 각종 기록을 바꿔버렸다. 2006년에도 순익만 약 3조 원을 달성했으며, 시가총액은 150조 원을 넘나들었다. 많은 자본을 무기로 기업도 많이 인수했는데, 대부분 웹2.0 기업으로 분류되는 기업이다. 세계 최대 블로그 사이트인 블로거닷컴을 운영하는 파이라랩스를 비롯해 피카사, 닷지볼, YouTube, JotSpot 등이 구글에 인수되었다. 유튜브는 회사 설립 1년 반만에 16억 5천만 달러(약 1.5조원)라는 금액으로 인수되었는데, 웹2.0 기업의 빠른 성장속도와 웹2.0 경제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사례다.
알렉사닷컴(www.alexa.com)의 트래픽 순위(2007년6월 기준)를 보더라도 웹2.0 기업의 성장세와 웹2.0 경제의 확대를 확연하게 알 수 있다. 4위의 YouTube(www.youtube.com), 5위의 Windows Live(www.live.com), 6위의 Myspace(www.myspace.com), 8위인 Orkut(www.orkut.com), 9위의 위키피디아(www.wikipedia.org) 등과 같이 웹2.0 사이트가 절반인 5개나 차지하고 있다. 또한 3위인 구글을 포함해 유튜브, 오컷(Orkut) 세 개가 구글 사이트이며, 검색포탈인 야후와 MSN, 구글을 제외한 나머지 7개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순위 안에 없던 사이트들이다. 기존 강자가 뒤로 밀려나는 순위변동은 닷컴 거품이 빠진 웹2.0 세계가 오히려 더욱 치열한 적자생존의 무대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웹2.0 시대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구글의 검색광고와 애드센스는 기존의 광고 유형을 바꾸는 것을 물론이고, 월마트와 같은 오프라인 산업을 개편시킬 정도로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기존의 배너광고는 일정 기간 동안 포탈의 영역을 차지하는 광고였기에 월마트나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이 모든 광고와 노출을 차지하며 매출을 독점했다. 반면 검색광고는 지역의 중소상인이나 개인도 광고주로 참여할 수 있어 소상인들의 광고주화라는 변화를 가져왔다. 소상인의 광고주 참여는 광고와 노출, 매출의 분산을 가져오면서 월마트와 같은 대기업의 영역을 계속 위협하고 있다.
또한 구글이 공개한 OpenAPI를 이용해 다른 기업이 내놓는 혼합(mash-up) 서비스도 점차 인터넷의 지배력을 넓히고 있다. 위기의식을 느낀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야후 역시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음 시대의 신기술과 관련해 떠오르는 용어로는 엑사 포털(Exa Portal), 시맨틱웹 비지니스(Semantic Web Business), 척도 없는 연결망(Scale Free Networking), 바이오웹(BioWeb), 밝은웹(BrightWeb), 리얼웹(RealWeb), 로밍웹(RoamingWeb) 등이 있다. 이들 기술이 보여주는 세계는 일반인의 참여와 소셜네트웍 강화, 새로운 개념의 웹, 자동화된 웹의 세계다.
엑사포털은 기존 포털이 합병된 거대 포탈을 말한다. 현재로서는 웹2.0의 표준이라 부르는 구글이 엑사포탈의 형태에 가장 근접한 상태지만 엑사포털의 시대는 쉽게 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 개인의 욕망이 다변화되는 현재의 흐름으로 볼 때 모든 정보를 한 곳에서 얻는 엑사포털보다는 다양한 경로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분산형수집시스템과 분산형포털의 시대가 올 가능성이 더 높다. 다만 모든 정보를 한 곳에서 검색하려는 욕구에 따라 엑사서치의 시대는 올 가능성이 높다.
꾸준하게 연구된 분야인 시맨틱웹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RDF 정도가 사용되고 있으며, 온톨로지(ontology)는 용어도 보급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몇 년 후에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이 깨끗한 결과를 보장하는 자연어질의 시스템(NQS=Natural Query System)이 대중들에게 보급될 것이다. 모든 개념을 온톨로지로 정의하지 않고 일부 분야의 개념만 온톨로지로 정의할 경우 온톨로지의 대중화와 상용화는 빠르게 진전될 수 있으며, 이 경우 분야 별로 자동화가 진전되고 자연어질의 시스템도 대중화 될 것이다. 모든 직업을 온톨로지로 정의하려면 방대한 작업이 되겠지만 영화배우라는 직업 하나만 온톨로지로 정의하고 영화배우 DB를 붙인 뒤에, 신규 정보는 사용자 참여에 의해 추가되도록 만들 수 있다. 이 경우 네이버 지식인에서는 가능하지 않았던 명확하고 깨끗한 결과를 보장하는 새로운 형식의 질문답변 게시판 시스템이 탄생할 수 있다.
따라서 웹의 자동화는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진행될 것이다. 하나는 온톨로지나 패턴 인식 등을 이용한 기계적인 방법으로, 사람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이 가능한 자동화다. 예를 들어 '갑'이라는 사람의 신용카드 결제 패턴을 분석할 수 있다면 웹서비스는 자동으로 '갑은 매주 토요일이면 부산에 KTX 타고 내려가는구나.'를 알 수 있을 것이고, 갑에게 '이번 주 토요일 밤 7시 부산행 KTX표를 예약할까요?'라고 질문을 던질 것이다. 갑은 '예' '아니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이를 위해 개인의 일상과 패턴을 담은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데, 개인정보 침해 없이 이런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이 자동화의 선결 기술로 요구될 것이다. 그외 최근 음란물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동영상의 패턴 인식 서비스나 사진에서 인물 또는 사물을 인식해 자동으로 꼬리표(tag)를 달아주는 서비스 등도 나오고 있지만 인식 기술의 부족으로 대중화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웹 자동화의 또 다른 방법은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는 것으로 공개된 표준 배포 형식에 따라 정보가 유통될 수 있다. 위키피디아(www.wikipedia.org)가 정말로 정확한 세계인의 백과사전으로 자리잡는다면 웹문서를 보다가 궁금한 낱말을 선택하는 순간 자동으로 위키피디아의 설명이 도움말로 뜨는 자동화 등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디카, 폰카, 초고속인터넷망의 보급에 블로그 미니홈피와 같은 다양한 정보생산 도구, RSS와 공유사이트를 비롯한 다양한 배포도구의 발전은 개인을 정보소비자에서 정보생산자로 바꾸고 있다. 또한 다양한 폭소노미(folksonomy)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한 개인이 하나의 힘을 가진 점과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사람 사이의 연결을 인터넷에서도 그대로 구현하기 위한 각종 소셜네트웍 기술과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척도 없는 연결망'으로 번역해 사용하는 'Scale free network'도 최근 주목받고 있는 모델이다. '척도 없는'의 의미는 전형적인 크기가 없다는 뜻으로, 웹에서는 특정 숫자의 이웃을 가진 노드의 수를 센 다음에 두 배 많은 이웃을 가진 노드의 수를 세면 두 수 사이에 일정한 관계가 성립한다는 것이 척도 없는 연결망 모델의 이론이다.
바이오웹으로 부르는 자체생존 네트웍 모델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이오웹은 라이프게임처럼 초기 설계만 잘 해주면 이후로는 스스로 생명을 가지고 유지 성장하다가 어느 순간 소멸되는 네트웍 모델이다. 예를 들어 이당키(eDonkey)와 같은 P2P 네트웍은 24시간 계속 유지될 뿐만 아니라 죽일 수도 없다. 전세계 P2P 사용자가 동시에 컴퓨터의 전원을 내려야만 사라지는 네트웍이다. 웹이 이미 누구도 죽일 수 없는 네트웍이 된 것처럼 웹 안에 또 다시 누구도 죽일 수 없는 바이오웹이 등장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바이오웹이 새롭게 만들어질 때마다 네트웍과 인간 사회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밝은웹은 야그(www.yagne.com)을 통해 이미 구현되고 있는 기술로 웹에 오가는 사람이 보이는 웹을 가리키는 말이다. 지금까지는 항상 어둔웹에 홀로 다녔지만 앞으로는 어떤 사이트나 페이지를 방문하더라도 해당 사이트의 접속자가 보이고 해당 접속자가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게 된다. 이에 따라 URL을 입력해 이동하던 기존의 이동방법 대신 사람을 클릭해 이동하는 새로운 이동방법을 비롯해 분산형 게임 등의 다양한 서비스가 새롭게 등장할 것이다.
이처럼 그동안 천천히 변화하던 웹은 최근 들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5년이나 10년 후 쯤에는 일반인 스스로가 웹 상의 아바타가 되고, 그들 스스로가 저장매체를 역할을 하는 리얼웹 시대가 될 것이다. 웹2.0 시대에는 개인이 정보를 의식하고 제어하면서 수작업으로 타인에게 자신의 정보를 공개하고 공유했지만 다음 시대의 웹은 자동으로 자신이 소유한 경험과 지식을 타인에게 공개하고 공유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따라서 다음 시대의 웹을 잡기 위한 기술 준비에 매진해야 하지만 국내 IT기업의 준비는 미진하다. 한국의 경우 최근 몇 년 동안 초고속인터넷망 보급이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면서 세계 인터넷 시장에 진출할 좋은 기회를 잡았으나 소비 위주의 문화에 안주하면서 세계 진출 기회를 놓쳤다. 신규 웹2.0 사이트가 세계 시장에 등장하고 있을 때 한국은 한국 내 소비에만 집중하느라 세계 시장과 관련 산업을 놓쳤던 것이다. 현재 한국은 운영체제를 만들거나 자바, 닷넷과 같은 개발 플랫폼을 만들 기술도 없고, 구글처럼 수 백 명의 수학 박사들이 검색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환경도 아니다. 수학을 비롯한 기초 기술에 대한 투자 소홀로 인해 소프트웨어 기술력은 크게 뒤떨어진 상태다. 이제 한국의 경쟁력은 세계적인 수준의 하드웨어 제조 능력과 한글이라는 우수한 문자를 통해 어려서부터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환경에 의지해야 한다.
현재 한국의 IT 기술은 하드웨어 분야는 강하고 소프트웨어 분야는 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정부나 업계가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가꾼다면 최소한 응용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릴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수학과 같은 순수학문에도 좀더 많은 투자를 하면서 기초부터 닦아야 하지만 당장은 좀더 과감하게 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해 투자를 하는 정책과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시시각각으로 급변하는 시대에 가장 확실한 사실 하나는 변화에 대해 끊임 없이 준비하는 나라와 기업만이 다음 시대에 강자로 살아남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제는 웹2.0 시대 이후를 준비해야 할 때다.